Tuesday 28 August 2007

큰꽃으아리에게




큰꽃으아리에게


초여름 숲 끝에서
큰꽃으아리를 만났다

주먹만한 눈꽃송이가
으아리, 참으아리, 외대으아리로 덩굴을 이룬다
언제나 참으로 미치게 고운 것들은
손쉬운 버릇, 아름답게 가지런한 버릇으로
켜켜이 쌓이는 햇빛의 통증으로 몸을 비튼다

파보나치 수열을 아시는지요?
1, 1, 2, 3, 5, 8, 13, 21 .................................................................

꽃잎의 불 꺼둔 영혼에서 행성들의 궤도에 이르기까지를 좀 지꺼릴려면

그 시스템을 외워서 배울 꺼라구요?

그것은 조금씩 조금씩 동화되고 흡수되는 거죠
그 시스템을 안다는 건 이걸 운용할 줄 알게 되었다는 거구
그것은 불가분한 전체로서
그 다양한 요소들을 갈라내지 않은 채
그냥 습득되어져야 하는 거
그 각 요소들을 따로 떼어 학습한다는 것은
나 스스로를 끝내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것일 뿐!


지금
초여름 숲 끝에선, 그냥
몸부림에 실린 넉넉한 숨결 머금고
가볍고 자주 떠는 뼈들이 냉각수를 뿌리며
걸어나간다.